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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예술

폭싹 속았수다 뜻 | 폭삭 속았수다 뜻 | 폭싹속았수다 몇부작

제주도의 독특한 방언은 때때로 같은 한국어권 사람들끼리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16부작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의 제목이 바로 제주 방언 표현인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폭싹 속았수다’의 의미와 유래, 그리고 서울 사람들을 포함한 타지역 사람들이 제주 사투리를 오해하는 재미있는 사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이어서 제주어(제주 방언)의 특징과 현대 제주에서의 사용 현황을 살펴보고,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어떻게 연결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사투리가 대중문화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예를 통해 탐구해보겠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뜻

혹시 누군가 “폭싹 속았수다”라고 말한다면, 표준어만 아는 입장에서는 겉보기 의미대로 “완전히 속았다”라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실제로 언뜻 보면 ‘폭싹 속았다’로 읽혀서 “정말 크게 한 방 당했다”는 뜻처럼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제주도 사투리에서 이 표현은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습니다.

  • ‘폭싹’: 제주 방언에서 “완전히, 폭삭” 등 강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 표준어 “폭삭”과 유사하게 “몹시”의 뉘앙스를 더해줍니다.
  • ‘속았수다’: 여기서 핵심은 동사 ‘속다’의 제주어 의미입니다. 표준어에서 ‘속다’는 “거짓이나 속임수에 넘어가다”를 뜻하지만, 제주어에서 ‘속다’는 “수고하다, 애쓰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즉 “속았수다”는 제주 방언 어미 “~수다”(…했습니다에 해당)를 붙여 “수고하셨습니다”에 가까운 표현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말로 “무척 수고하셨습니다” 또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란 뜻입니다. 예컨대 제주 지역에서 누군가 직장 동료에게 “오늘 폭싹 속앗저(속았어요)”라고 말하면 “오늘 정말 수고했어”라는 의미가 되죠.

이처럼 겉보기와 뜻이 달라 제주 방언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큰 혼동을 겪기 쉬운데요. 실제로 제주 출신이 아닌 분들은 “폭싹 속았수다”를 듣고 상대가 큰 피해나 사기를 당한 줄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한 블로거도 어릴 적 이 표현을 보고 “제주까지 먼 길 오느라 얼굴이 폭삭 삭았다(늙었다)는 뜻인가?” 하고 잘못 짐작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제주에 오느라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라는 환영 인사였던 거죠. 이처럼 “폭싹 속았수다”는 누군가의 노력과 노고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와 격려를 담은 표현입니다.

※ 서울 사람들이 오해하기 쉬운 제주 사투리

“폭싹 속았수다”처럼, 제주 사투리는 표면상의 단어는 표준어와 비슷해 보여도 실제 뜻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등장하면 이러한 방언 표현들이 화제가 되곤 하지요. 몇 가지 흥미로운 예를 더 볼까요?

  • “요망지다” – 표준어 관점에서는 “요망스럽다”와 비슷해 보여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제주어에서 “요망지다”는 “야무지고 영리하다”는 뜻입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여자 주인공 애순을 표현할 때도 이 말을 쓰는데, 그녀의 똑똑하고 당찬 성격을 나타냅니다. 표준어 “요망스럽다”는 “말이나 행동이 경솔하고 못마땅하다”처럼 부정적이라 완전히 반대 의미인 셈이죠. 이런 차이 때문에 제주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요망지다”라는 칭찬을 듣고도 욕인 줄 알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 “실프다” – 발음이 표준어 “슬프다”와 비슷해 얼핏 들으면 슬픈 감정을 떠올리지만, 제주 방언 “실프다”는 “싫다, 귀찮다, 짜증 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영 실프다” 하면 “아주 싫다/짜증난다”는 의미죠. 이 역시 처음 들으면 전혀 다른 뜻으로 착각하기 쉬운 표현입니다.
  • “베지근하다” – 표준어에 뚜렷한 대응어가 없는 제주어로, “국물 맛이 감칠맛 나고 깊다”는 독특한 뜻을 지닙니다. 서울 사람이 들으면 무슨 뜻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지만, 제주에서는 음식 맛을 평할 때 쓰는 방언이죠.
  • “혼저 옵서예” – 제주도 관광지 입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영 인사입니다. “어서 오세요”에 해당하는 말인데, 처음 보면 “천천히 오라”는 건가? 하고 오해할 수 있어요. 실제로 “혼저”는 “먼저” 또는 “빨리”의 의미를 담고 있어 “얼른 들어오세요”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제주 공항 입국장 등에서 “Welcome to Jeju, 혼저옵서예”라는 문구를 보신 적 있다면, 제주어로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표현이었던 거죠.

위 사례들처럼 제주 사투리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쉽게 헷갈릴 만큼 독특한 어휘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의 색다름이 바로 제주어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같은 한국어 화자끼리도 신비감을 느낄 정도로 다르니, 제주 출신이 서울에 가서 겪는 에피소드도 생겨납니다. 이러한 오해와 해프닝이 문화적으로는 서로를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제주도 사투리의 특징과 현대에서의 사용

제주도 방언(제주어, Jejueo)은 단순히 몇몇 단어만 다른 정도가 아니라 언어학적으로도 독자적인 체계를 가진 “별도의 언어”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유네스코에서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endangered language)로 지정하여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을 정도인데요​.

제주어가 어떤 특징들 때문에 이렇게 특별한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표준어와 다른 문법적 특성: 제주어는 문법 체계에서 표준 한국어와 차이가 나는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존댓말과 반말 같은 높임법 체계가 표준어보다 단순합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현대 한국어가 격식체/비격식체 등 6~7단계의 높임말을 구분하는 데 비해, 제주어는 4단계 정도의 높임만 구분하고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소하다고 합니다​.

​또한 동사 활용 어미에도 특유의 형식이 있는데, 일반 서술형 어미로 “~허여(…하다)”, “~수다(…습니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가령 표준어로 “합니다”에 해당하는 말을 제주에선 “햄수다”라고 하고, “했어요?”는 “허염수꽈?” 식으로 어미 “~수꽈”를 붙여 질문형을 만드는 식입니다. 그리고 명령형으로는 “~옵서”를 써서 “○○ 해주게(=해주세요)”를 “○○ 햄수다. 혼저 옵서(어서 오세요)”처럼 표현하지요​

이러한 독특한 어미와 말투 덕분에 제주어를 들으면 어딘가 옛스럽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데, 이는 제주어가 중세국어의 형태를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② 풍부한 옛말 어휘: 제주 방언에는 중세 한국어에서 유래된 옛말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본토에서는 사라진 단어들이 제주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거나 기억되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 “일흠” – 표준어 “이름”을 뜻하는 제주어입니다. 고려~조선 시대의 옛 한국어 형태를 간직한 말이지요​.
  • “짐치” – 김치를 가리키는 제주 방언입니다. 이 단어 또한 김치의 옛말로 중세국어 형태가 그대로 남은 사례입니다​.
  • “오라방”오빠를 의미하는 제주어입니다. 과거 한반도 일부 지역에서 쓰였던 표현이지만 현대 표준어에서는 사라지고, 제주에서 주로 통용되지요​. (참고로 제주 출신 가수 이효리 씨가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편 이상순 씨를 “오라방”이라고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대중매체를 통해 몇몇 제주 방언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 “감저”고구마를 뜻하는 말입니다​. 표준어와 전혀 달라서 얼핏 들으면 알아채기 어려운데, 제주에서는 고구마를 가리킬 때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였죠. 참고로 “지실” 또는 “지슬”은 감자를 뜻하는 제주어입니다​. 2013년에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제목이 <지슬>이었을 정도로 제주 지역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해녀 문화나 농경 생활과 관련된 제주어 어휘들이 풍부합니다. 이를테면 물질나가는 해녀들이 쓰던 용어, 농사 도구 이름 등이 제주 고유어로 전해져 내려오죠. 예를 들어 “호미·겡이”는 각각 농기구인 낫과 괭이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이고​, “몽게다”는 “미적미적 거리다, 꾸물거리다”처럼 행동을 묘사하는 말로 쓰입니다​.

이런 단어들은 표준어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제주 출신이 아닌 사람에겐 마치 외국어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③ 현대 제주 사회에서의 제주어 사용: 안타깝지만, 제주어는 현대에 올수록 사용 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 세대에겐 모국어였던 제주 방언이지만, 오늘날 2030 젊은 층에서는 거의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민 10명 중 3~4명은 노인들이 구사하는 “진짜배기” 제주 사투리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알아듣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대 이하 젊은층에서는 70%가 제주 방언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만큼 세대 간 언어 단절이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제주도에서도 젊은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표준어를 가르치고 학교 교육도 표준어로 이뤄지다 보니, 가정 내에서도 제주어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제주어의 소멸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다행히 제주도와 학계, 지역 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주어 보존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어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사전 편찬, 제주어 동화나 노래 보급, 방언 교육 프로그램 등이 시도되고 있으며​, 관광지 안내판이나 버스 방송 등에 제주어를 병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제주 출신이 아닌 사람들도 관광을 통해 자연스럽게 “혼저옵서예(어서 오세요)” 같은 표현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매체의 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으며 제주 방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사라져가는 제주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와 제주어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생소한 방언이라 “도대체 무슨 뜻이지?” 궁금해한 분들도 많았는데요. 이 드라마는 1950년대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춘 남녀의 삶과 사랑을 그린 로맨스 감성 드라마입니다​.

배우 아이유(이지은)가 꿈 많고 ‘요망진’ 제주 처녀 애순 역을, 박보검이 그런 애순만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청년 무쇠 관식 역을 맡아 사계절에 걸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배경 시대가 1950년대인 만큼, 우리의 부모님 세대 혹은 조부모 세대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인 제주 섬마을 정서가 드라마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스틸컷. 1950년대 제주 섬마을을 배경으로 제주 청년 관식(박보검 분)과 처녀 애순(아이유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부터 제주 방언 표현을 사용하여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는 앞서 설명했듯 제주어로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어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어 직역으로는 “You have done a great job” 정도가 되겠지요. 제작 발표 당시 국내 팬들은 이 독특한 제목이 가진 뜻을 알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정작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넷플릭스 측은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을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정했는데요​, 이는 제주 방언의 뉘앙스를 살리면서도 영어권에 친숙한 속담을 응용한 기발한 번역이었습니다.

영어권에서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힘든 일이 와도 긍정적으로 이겨내라는 뜻의 문구죠. 넷플릭스는 이 표현을 살짝 비틀어 레몬 대신 제주도의 상징인 귤(tangerine)을 넣은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제목을 달았습니다. 직역하면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준다면 (어떻게 하라는 뜻일까)…” 정도인데, 원래 레몬의 자리에 귤을 넣음으로써 제주 배경임을 센스 있게 드러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달콤함(긍정)을 찾아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습니다​. 실제 해당 영어 제목은 원작 제주어 제목과는 전혀 다른 말이지만, 내용상의 주제의식을 잘 포착한 번역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참고로 스페인어권 번역도 비슷하게 “Si la vida te da mandarinas…” 식으로 귤을 활용한 제목을 달아, 뒷내용을 상상하게 하는 센스를 보였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이 제주어 제목의 의미를 살려 “おつかれさま”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는데​, 일본어 “おつかれさま” 자체가 “수고하셨습니다”란 뜻이라 직설적으로 풀어낸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동서양 각국에서 다른 방식으로 번역될 만큼 “폭싹 속았수다”라는 표현은 고유한 지역색을 지니고 있죠. 드라마가 공개되자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제목이 무슨 뜻이길래 저렇게 번역했나?” 화제가 되었고​, 자연스레 제주 사투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드라마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어가 극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950~60년대 제주 시골을 배경으로 한 만큼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에 제주 방언이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가령 애순과 관식이 서로를 부를 때 “○○허멍신게?(○○하고 있는 거야?)” 식의 제주식 억양과 어휘를 쓰거나, 어른들 캐릭터가 아이유와 박보검에게 “혼저 옵서” “어디 감수광?” 하며 말을 거는 식입니다. 이러한 제주 특유의 어감과 표현들이 드라마의 향토적 매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 출신이 아닌 배우들이 제주어 억양과 발음을 소화한 점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방언 코치의 지도를 받아가며 연습한 덕에, 극중 대사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평가와 함께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호평이 이어졌지요​.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는 애순과 관식 두 청춘의 꿈과 사랑,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제주 공동체의 이야기를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담담히 풀어내는 것입니다​. 시대적으로 한국전쟁 직후 혼란기부터 경제 성장기의 초입까지를 아우르다 보니, 우리 부모 세대가 겪은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습니다​. 극 중 애순의 엄마는 바다에 나가 해산물을 캐는 해녀로 설정되어 제주 해녀 문화도 엿볼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의 “품앗이”식 공동체 생활이나 당시에 유행하던 사교댄스 열풍 등 흥미로운 시대상도 함께 그려집니다. 이러한 요소들 속에서 “폭싹 속았수다”(정말 고생했어요)라는 제목이 가진 의미는, 어렵고 고된 시절을 살아낸 주인공들을 향한 격려와 감사의 인사처럼 다가옵니다. 마치 드라마가 “당신들이 젊은 시절 참 애썼다”고 말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실제로 제작진은 이 작품을 “우리 부모 세대의 풋풋했던 청춘에 바치는 헌사” 같은 드라마로 기획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면 제목이 가진 뭉클한 의미에 공감하며 “폭싹 속았수다!”를 외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 사투리와 대중문화 속으로

제주 사투리가 대중매체에 등장하면 신선한 재미를 주는 한편, 그만큼 시청자들의 큰 관심과 화제를 모아왔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드라마 속 제주어의 열풍: 폭싹 속았수다 이전에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가끔씩 제작되었는데, 특히 최근 들어 제주 사투리를 적극 활용한 작품들이 눈에 띕니다. 2022년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이 드라마는 현재의 제주 섬마을을 배경으로 여러 인물들의 삶을 옴니버스식으로 그린 작품으로, 극중 등장인물 상당수가 제주 방언을 구사했습니다. 고두심, 김혜자 같은 실제 제주 출신 원로배우부터, 이병헌, 신민아 등 제주 사람이 아닌 배우들까지도 제주어 대사를 소화하여 화제가 되었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자막 없이는 정확한 뜻을 알기 어려울 정도의 제주어 대사가 많았기 때문에,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방언 대사에 일일이 한글 자막을 함께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제주어가 얼마나 낯설었으면 드라마 화면 아래에 친절하게 표준어 자막을 달았을까 싶지만, 이런 파격적인 연출 덕분에 시청자들은 극중 인물의 감정과 뜻을 이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배우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 후에는 “○○는 제주말로 뭐라고 해?” 하는 식으로 인터넷상에서 제주어를 궁금해 하거나, 극중 대사를 따라 해보는 밈(meme)도 유행할 정도로 제주 방언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성공 이후,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보존의 필요성이 재조명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 제주 방언이 제목인 작품들: 이번 폭싹 속았수다처럼 제주 사투리 자체를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도 종종 있습니다. 2015년 방송된 MBC 드라마 <맨도롱 또똣>이 그 좋은 예인데요. “맨도롱 또똣”은 제주 방언으로 “기분 좋게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뜻입니다​. 이 드라마는 제주도를 무대로 한 로맨틱 코미디였는데, 제목이 주는 포근한 뉘앙스처럼 달달하고 따뜻한 내용이라서 제목과 참 잘 어울렸습니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이름이 “맨도롱 또똣”으로 나오기도 하여, 많은 시청자들이 그 뜻을 찾아보며 제주 사투리에 흥미를 느꼈죠. 이 밖에도 웹툰 원작 영화 <이웃사촌>의 제주 방언 버전 제목이 <수후르멍 당체 허룩염다>로 나와 웃음을 준 일화, 제주도 방언만을 활용한 독립 영화 등이 종종 선보이면서 제주어의 독특함이 창작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예능과 음악 속 제주 사투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가끔 제주 출신 연예인이나 방언 캐릭터가 나와 재미를 더하곤 합니다. 과거 인기 예능 1박 2일에서는 멤버들이 제주도 방언 퀴즈를 풀며 웃음을 주었고, 비정상회담 등 토크쇼에서도 제주 출신 패널이 사투리를 구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제주 태생 가수나 래퍼들이 사투리를 가사에 녹여내어 고향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주 출신 래퍼가 제주 방언으로 된 훅(hook)을 노래에 넣어 지역 팬들의 환호를 얻기도 했죠. 이러한 대중문화 속 제주어의 활용은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에게 제주 사투리를 노출시키고, 친숙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 제주어의 보존과 현대적 변용: 앞서 언급했듯 제주어는 급격히 사용 인구가 줄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지만, 오히려 대중문화에서는 신선한 소재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이에 힘입어 제주 지역 사회도 방언 보존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제주 MBC 등 지역 방송에서는 제주어 라디오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제주어 동화 구연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어린이들도 방언을 접할 기회를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젊은 제주 출신들 사이에서 방언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지며 일상 속에서 일부러 제주어 단어를 섞어 쓰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상에서 “아이고 혼저옵서예~” 하고 인사한다든지, 맛있는 걸 먹고 “헌 돗당!(참 맛있다)”이라고 표현해보는 식입니다. 예전에는 촌스럽게 여겨 숨기려 했던 사투리를 이제는 하나의 문화 아이덴티티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제주도 사투리 “폭싹 속았수다”는 그 말맛만큼이나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한 방언 표현 하나가 시대극 드라마의 제목이 되어 전국적, 전세계적 관심을 끌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어가 생소했던 분들도 이 기회를 통해 그 숨은 의미와 아름다움을 접하고 나면 아마 예전보다 더 제주를 가깝게 느끼실 거예요. 언제 제주도에 가시게 되면 현지 어르신께 “혼저 옵서예!”라는 인사를 받고 “예, 폭싹 속았수다!”라고 웃으며 답해보세요. 낯선 타향에서 건네는 따뜻한 사투리 한마디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제주어가 앞으로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승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당수다! (제주말로 인사드려봅니다. 😊)

참고 자료: 제주방언 해설 및 드라마 관련 기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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