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티 뜻 | 영포티 패션 | 영포티 말투 | 영포티 특징
한때는 중년의 새로운 트렌드를 의미했던 ‘영포티’가 이제는 조롱과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젊은 척하지만 속은 낡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 세대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시각을 가져야 할까요? 지금부터 영포티라는 개념의 정의와 변천, 사회문화적 배경과 문제점까지 차근차근 살펴보고, 진정한 젊음의 의미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영포티 뜻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40대 중년층을 가리키는 말로 ‘영포티(Young Forty)’라는 신조어가 자리 잡았습니다. 영포티는 말 그대로 ‘젊은 40대’라는 뜻으로, 나이는 40대이지만 마음가짐이나 생활 방식은 여전히 젊게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의 등장은 2010년대 중반, 특히 2015년경 마케팅 업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소비 시장을 분석하던 전문가들은 1970~80년대생 세대가 40대로 접어들자 이들을 새로운 핵심 소비층으로 주목했는데, 이 흐름 속에서 “영포티”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의 40대와 달리 X세대로 불리던 1970년대생들은 젊은 시절부터 대중문화와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로 성장했습니다. 이들은 1990년대에 이미 새로운 문화를 이끌었던 주역이었고, 인터넷과 IT 기술의 보급도 함께 경험한 첫 세대입니다. 그렇다 보니 40대가 되어서도 기성세대처럼 나이 들었다고 틀에 박힌 생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영포티 세대는 소비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에서 이전 세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성 세대가 40대에 주로 가정과 일에만 몰두하며 보수적인 생활을 했다면, 영포티들은 본인의 취미와 자기계발, 외모 관리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포착해 이들을 ‘젊은 감성을 가진 40대’로 브랜딩하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을 전후해 패션, 뷰티 업계에서는 40대 소비자를 겨냥한 상품과 캠페인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이전까지 40대 남성은 패션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영포티 개념이 부상한 이후로 백화점에 남성 명품관이 생기고, 화장품 브랜드들은 40대 남성을 위한 고가의 안티에이징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들은 ‘젊게 사는 40대’를 히든카드로 삼아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펼쳤고, 언론에서도 “젊은 40대의 시대”라며 영포티를 조명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40대에 그치지 않고 50대에게까지 이어져, 중장년층 전반에 “젊게 살기” 트렌드가 확산되었습니다. 실제로 50대 초반의 사람들을 가리켜는 “영피프티(Young Fifty)”라는 유사한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영포티 세대보다 한층 위인 50대마저도 과거와 달리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며, 소비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영포티의 등장은 X세대(1970년대생)의 40대 진입과 함께 이루어진 시대적 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영포티의 본래 의미: 젊음을 유지하려는 중년
영포티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영포티는 나이가 들어도 젊은 감각과 활력을 잃지 않으려는 40대들을 가리켰습니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신체적 건강과 외모를 꾸준히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40대임에도 패션 잡지를 보고 최신 스타일에 맞춰 옷을 입거나, 젊은 세대가 즐기는 스마트폰 앱과 SNS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식입니다. 또한 자기계발에도 열심이어서 헬스장, 마라톤, 동호회 활동 등으로 활력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영포티는 중년층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사례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전 세대의 40대는 “아저씨, 아줌마”로 통칭되며 유행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영포티들은 다릅니다. 패션 감각도 젊은이 못지않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취미도 최신 트렌드를 따르며, 자녀 세대와도 공감대를 형성하려 노력합니다. 가령 40대 부모가 20대 자녀와 함께 아이돌 콘서트에 가거나, 최신 슬랭(은어)을 배우는 모습도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런 모습에서 영포티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세대로 비쳐졌고, 스스로도 그런 정체성에 긍지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컨대 영포티의 본래 의미는 중년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젊음을 간직한 사람입니다. 이는 단순히 치장만 젊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열려 있고 자기 발전을 멈추지 않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영포티 세대는 경제력을 갖춘 젊은 감각의 소비자층으로 환영받았고, “젊게 사는 40대”라는 수식어는 칭찬에 가까운 말로 쓰였습니다.
변질된 의미: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된 영포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포티”라는 단어는 점차 본래의 긍정적 의미를 잃고 다른 뉘앙스를 띠게 되었습니다. 특히 2020년대에 접어들어 인터넷을 중심으로 세대 갈등이 부각되면서, 영포티는 중년층을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은어로 변질되었습니다. 젊은 층이 보기에는, 영포티로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 겉모습만 젊게 꾸밀 뿐 생각과 태도는 여전히 낡았거나 권위적인 경우가 많아 보였던 것입니다. 즉, “겉은 젊은 척 하지만 속은 꼰대인 40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져 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영포티를 향한 조롱 섞인 표현들이 등장했습니다. 남성 중년층에 대해서는 “개저씨”라는 신조어가, 여성 중년층에 대해서는 “개줌마”라는 비하 단어가 종종 쓰이는데, 영포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이와 같은 호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개저씨”는 예의 없고 자기중심적인 아저씨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고, “개줌마” 역시 이기적이고 무례한 아줌마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입니다. 영포티가 유행을 좇는 40대를 뜻한다지만, 비꼬는 사람들은 “영 포티? 결국 ‘개저씨’나 ‘개줌마’ 아니냐”며 부정적으로 칭하게 된 것이죠.
또한 온라인에서는 영포티를 희화화한 전형적인 캐릭터로 “마블 코믹스 굿즈를 모으고 주말마다 골프를 치며, 가족을 위해 카니발 차량을 몰고 다니는 40대”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합니다. 40대 남성들의 취미와 소비 패턴을 과장되게 묘사한 이 예시에는, 영포티 세대의 모습이 젊은층 눈에는 한편으로 유치하고 가증스럽게 보일 수 있음을 드러내는 조롱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한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젊은 문화의 본질은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으로만 따라하는 중년을 풍자하는 의미가 강해졌습니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어떤 40대가 젊은층 유행어를 어색하게 쓰거나, 유행하는 밈(meme)을 엉뚱하게 활용하면 댓글로 “영포티 티 난다” 혹은 “역시 X세대 아재” 식의 반응이 달리는 식입니다. 또한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 면에서 세대 차이가 드러날 때, 그 중년층을 싸잡아 영포티라고 부르며 “철없이 젊은 흉내만 내는 어른”으로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결국 영포티라는 말은 젊음을 지향하는 중년이라는 원래 의미 외에, “늙어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젊은이 행세를 하는 우스운 사람”이라는 조롱의 의미를 함께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이미지가 나빠지자, 정작 40대 본인들은 스스로를 영포티라고 부르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도 생겼습니다. 실제로 중년층 커뮤니티에서는 “나는 영포티가 아니라 그냥 40대일 뿐”이라며, 영포티라는 꼬리표가 주는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영포티의 패션 특징: 레트로 열풍과 과시적 스타일
영포티 현상을 가장 눈에 띄게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패션과 외모에서 드러나는 변화입니다. 젊어 보이기 위해 외적인 꾸밈에 신경 쓰는 것은 영포티 세대의 대표적 특징인데요, 그들이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에는 몇 가지 경향이 있습니다.
첫째, 레트로 스타일의 재유행입니다. 40대인 영포티들은 자신들이 젊었던 시절 유행했던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즐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19902000년대에 유행했던 청청 패션(청자켓에 청바지)이나 통 넓은 힙합 바지, 예전 인기 밴드의 빈티지 티셔츠 등을 다시 입는 식입니다. 이들은 과거 자신의 청춘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동시에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과거 유행을 ‘뉴트로(new-tro)’ 감성으로 재현하는 데 관심을 보입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한국 패션업계에 불었던 뉴트로 열풍에는 당시 2030대뿐 아니라 40대 소비자들의 향수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둘째, 다소 과한 자기과시적 스타일링입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다 보니 때로는 무리를 해서라도 튀어 보이려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영포티 남성은 20대 못지않게 강렬한 색상의 운동화나 한정판 스니커즈를 수집해 신거나,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의 옷을 걸쳐 입습니다. 또 몇몇은 배에 살이 붙었음에도 과도하게 슬림한 핏의 청바지나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고집해 젊은 체형을 연출하려 애쓰기도 합니다. 여성 영포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화려한 명품 로고가 큼지막이 박힌 의상이나 나이에 비해 너무 짧은 스커트, 과도한 액세서리 등 과한 패션 아이템을 활용해 눈길을 끌고자 합니다. 본인은 세련되게 꾸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다소 부자연스럽거나 과장된 자기과시로 비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우영미’의 옷이나 고가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의 재킷 등이 40대 남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여,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아재들의 슈프림”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례도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스트리트 패션을 중년이 소비하는 현상을 풍자한 표현입니다.
셋째, 명품에 대한 남다른 집착입니다. 영포티 세대는 경제력을 갖춘 만큼 소비에 있어서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젊은 세대가 실용성이나 가성비를 따지는 반면, 40대 영포티들은 명품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젊은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40대 직장인이 해외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가방이나 시계를 자주 바꿔가며 착용하거나,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자신의 성공과 젊음을 과시하려 하는 모습입니다. 명품 패션으로 유명한 특정 브랜드의 정장이나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를 즐겨 입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영포티 패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한 백화점의 통계에 따르면, 40대 남성 고객의 명품 매출이 크게 증가하여 명품 매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영포티들은 좋은 물건과 화려한 스타일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주변으로부터 젊게 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드러냅니다.
물론 모든 40대가 이런 방식으로 옷을 입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영포티로 분류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패션과 외모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때로는 과할 정도로 젊은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특징이 부각됩니다. 이는 겉모습만큼은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지만, 역으로 중년으로서의 자연스러움이나 품위가 사라지는 부작용도 낳고 있습니다.
영포티의 말투와 소통 방식: 아재개그부터 디지털 격차까지
영포티의 특징은 외모에만 그치지 않고 말투와 소통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젊은 세대와 잘 어울리고 싶어하는 마음에 말투를 맞춰보려 하지만,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오히려 꼰대처럼 구는 사례들이 자주 언급됩니다.
우선, 아재개그는 영포티 세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아재개그란 중년 남성들이 주로 구사하는 진부하고 썰렁한 말장난 개그를 말하는데요. 영포티들은 젊은 직원들이나 자녀들과 대화할 때 분위기를 풀어보겠다고 이런 농담을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밤에 피는 꽃은? 야~꽃(야근하는 꽃)”처럼 발음이나 단어 유희를 이용한 옛날식 개그를 하면, 본인은 친해지고자 하는 의도였겠지만 듣는 젊은층은 재미없고 억지스럽게 느끼곤 합니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정적이 흐르는 상황이 연출되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재개그를 남발하는 것부터 이미 영포티 티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다음으로, 꼰대식 말투와 태도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비록 옷차림이나 겉모습은 젊게 꾸몄더라도, 대화 방식에서 윗세대 특유의 권위 의식이 드러나는 영포티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젊은 동료들에게 말은 편하게 놓더라도 은연중에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과거 무용담을 늘어놓거나, 충고를 가장한 잔소리를 하는 식입니다. 또는 최신 유행어나 인터넷 밈을 따라 쓰다가도, 막상 자신과 견해가 다른 젊은이가 있으면 “요즘 애들은 원래~~”라며 일반화하고 타박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런 태도는 젊은 세대에게 위선적으로 비치기 쉽습니다. 즉, “보기엔 젊어 보이려 하지만 결국 본성은 꼰대”라는 비아냥을 사게 되는 것이죠.
영포티의 디지털 소통 방식에서도 세대차가 드러납니다. X세대는 비록 인터넷과 휴대폰을 청년기에 접하긴 했지만, 밀레니얼이나 Z세대처럼 디지털 원어민은 아니어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젊은층 사이에서 흔한 채팅 어투나 이모티콘 사용을 어색하게 구사한다든지, SNS 활용 방식이 세련되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로 단체 채팅방에서 40대 선배가 문장 끝마다 마침표나 경어를 써서 딱딱한 인상을 주거나, 의미를 오해한 신조어를 잘못된 맥락에 쓰는 모습 등이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예절에 익숙지 않아 카카오톡 프로필에 지나치게 과시적인 사진과 문구를 올리거나, 사소한 일을 전화로 직접 확인하려 하는 등(요즘 세대는 간단한 것은 메신저로 끝내는데) 구세대식 소통 습관을 보이기도 합니다. 젊은 직원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속으로는 ‘역시 나이가 어디 가나’ 생각하지만 겉으로 맞춰주느라 피곤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영포티들의 소통 방식은 젊은 세대와 보조를 맞추려는 노력과 기존 습관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신세대처럼 행동하려 해도 미묘한 어색함이 배어나오고, 때로는 본인도 모르게 꼰대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합니다. 이는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영포티라는 세대가 겪는 문화적 간극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사회문화적 배경과 심리적 동기: 영포티가 나타난 이유
영포티 현상 뒤에는 이러한 행동양식을 부추기는 사회문화적 배경과 심리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유독 영포티와 같은 ‘젊은 중년’ 담론이 강조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젊음에 대한 사회적 찬양과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는 외모와 트렌드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대중매체에서는 언제나 젊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부각됩니다. 자연히 많은 사람이 “젊게 보여야 인정받는다”는 암묵적인 압박을 느낍니다. 특히 40대에 접어든 이들은 예전 같으면 중년으로 분류되어 한 발짝 뒤로 물러나야 할 나이지만, 요즘은 50대, 60대도 젊게 사는 시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신이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어합니다. 노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라도 어떻게든 젊음을 붙잡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는 것이죠. 피부 관리, 다이어트, 패션에 투자하는 것은 모두 이런 심리에서 비롯됩니다. 사회적으로도 동안(童顔) 열풍이라든가 안티에이징 산업이 활성화되어, 40대면 아직 충분히 젊다는 메시지를 계속 주입하니 영포티 성향은 더욱 강화됩니다.
둘째, X세대의 정체성과 자부심입니다. 영포티로 불리는 40대들은 한국 사회에서 X세대라고 불렸던 세대로, 젊은 시절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문화와 가치관을 형성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1990년대에 이들은 새로운 음악(록, 힙합 등)과 패션, 자유로운 연애와 개성 표현 등으로 부모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청년 문화를 주도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세대는 자신들이 과거의 꼰대들과 다르다는 자의식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부모 세대처럼 구닥다리가 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젊음에 집착하는 면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의 중심에 서게 된 지금도 여전히 문화를 소비하고 창조하는 주역이고 싶어 합니다. 이것이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동기가 됩니다. 일종의 세대적 자존심 때문에라도 젊은 세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죠.
셋째, 급변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자기 보호 본능입니다. 기술과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현대 사회에서 중년층은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금세 한물간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특히 직장 생활이나 사회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40대라면,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고 최신 흐름을 알아야 업무적으로도 원활합니다. 디지털 전환, 신기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나이가 들어서 적응 못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면 경력에도 불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포티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에서 조직 문화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2030 젊은 직원들의 의견이 중요해지자, 40대 관리자들이 젊은이들 문화를 배우려 애쓴다는 이야기도 흔히 들립니다. 이렇듯 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한 노력도 영포티 현상의 한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세대 간 감수성 충돌입니다. 영포티 세대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위아래 세대 사이에 끼여 있다는 점입니다. 위로는 5060대 기성세대가 있고 아래로는 2030대 MZ세대가 있는데, 가치관과 문화 코드 면에서 중간에 낀 40대들은 어느 쪽과도 완벽히 맞지 않는 곤란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40대들은 부모 세대에 비하면 더 진보적이고 평등 의식도 높지만, 20대들의 최신 감수성을 100%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최근 몇 년간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젠더 이슈나 공정성 문제로 40대 기성세대를 비난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여기서 영포티 세대가 공격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 20대 남성들은 40대 남성들을 두고 “겉으로는 젊은 척하며 여성들에게만 다정한 척 한다”고 비꼬며, 이들을 “스윗 영포티”라고 부르는 등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40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겪어온 사회적 고충을 모르는 채 예의 없게 군다고 느껴 20대를 “요즘 애들”이라 부르며 불만을 갖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대 간 미묘한 갈등 상황이 영포티 담론에 녹아들어, 때로는 영포티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상호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영포티 현상은 단순히 개인 중년의 문제라기보다, 청년문화 숭배와 세대갈등, 개인의 정체성 추구가 얽힌 복합적 결과입니다. 젊음을 동경하는 개인 심리와 이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그로 인한 세대간 충돌이 어우러져 나타난 시대적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포티로 인한 문제점: 세대교체의 장애와 사회적 피로감
영포티 현상이 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긍정적인 면 외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중년층이 젊게 사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것이 세대 간 건강한 교체와 협력을 저해하거나 사회적 피로감을 낳는 측면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세대교체의 지연 혹은 장애입니다. 원래 사회 조직에서는 기성세대가 일정 역할을 하다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영포티로 대표되는 40대 중년층이 “아직 우리도 젊다”는 인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 할 때,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기업에서 40대 중간 관리자들이 젊은 후배들에게 책임을 이양하거나 그들을 앞세우는 대신, 여전히 자신들이 트렌드를 안다며 중심에 서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조직에서는 신진 세대의 성장 기회가 줄어들고, 혁신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나 문화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4050 세대가 계속해서 “우리도 MZ 못지않다”며 앞장서려 든다면, 새로운 2030 세대 리더들의 부상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 입장에선 윗세대가 길을 터주기는커녕 계속 자신의 몫을 차지하려 드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고, 이는 불만과 반감을 키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세대 간 소통의 왜곡과 피로감입니다. 영포티들이 의도와 다르게 젊은 층의 조롱거리가 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영포티 본인은 젊은이들과 벽을 허물고 친구같이 지내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젊은 세대는 오히려 “차라리 나이답게 행동해줬으면 좋겠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앞 세대가 자연스럽게 멘토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데, 영포티가 오히려 후배들과 유행 경쟁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존중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대놓고 꼰대인 상사가 낫지, 어설프게 MZ인 척하는 영포티 상사가 더 피곤하다”는 자조적인 농담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윗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맞추려다가 오히려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는 역효과가 빈번하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영포티 세대는 자신들이 노력해도 조롱당하고 무시당한다고 느껴 서운해하거나,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며 오히려 관계를 단절하려 들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잘 소통하자고 시작된 행동이 오히려 세대 간 반목을 키워 사회 전체에 피로감을 주는 악순환이 우려됩니다.
영포티 현상으로 인한 문화적 부작용도 언급됩니다. 40대가 적극적으로 자신을 꾸미고 소비에 앞장서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활력을 줄지 몰라도, 과소비나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길 위험이 있습니다. 명품과 젊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본 20~30대는 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거나, 한편으로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덩달아 무리하게 소비를 따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나이를 불문하고 젊음 경쟁에 몰입하면, 연령에 맞는 다양성과 지혜는 사라지고 표면적인 유행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한 중년층이 모두 영포티처럼 행동하는 것이 사회적 기대치가 되어버리면, 오히려 조용히 자기 역할을 다하는 전통적인 중년상(像)은 존중받기 어렵게 되고 세대간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요컨대 영포티의 확산은 세대 간의 힘겨루기 양상을 초래하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피로를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진정성 없고 자기과시적인 중년이라며 냉소하고, 중년 세대는 버릇없고 자기들만 안다고 하는 젊은층이라며 틀어지기 쉽습니다. 이는 사회 통합이나 협업에 걸림돌이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입니다.
진짜 젊음이란 무엇인가: 영포티 시대의 끝맺음
영포티에 대한 논란과 비판은 결국 “진정한 젊음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외모를 젊게 꾸미고 유행을 좇는 것이 과연 젊음을 보장해 줄까요? 아니면 마음의 자세와 행동양식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해, 진짜 젊음은 단순히 나이로 결정되는 것도, 흉내낸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20대라도 사고방식이 경직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의지가 없다면 젊다고 하기 어렵고, 반대로 40대나 50대라도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계속 성장하려 노력한다면 그 사람은 젊은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겉모습의 탱탱함이나 유행에 민감한 것도 젊음의 한 요소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완전합니다. 결국 젊음의 본질은 유연한 사고, 배움에 대한 열정, 미래에 대한 희망과 같은 내적인 태도에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년이 된 영포티 세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젊음과 속의 성숙함을 조화롭게 갖추는 일일 것입니다. 나이를 거스르겠다는 조급함에 집착하기보다, 세대 간 다리 역할을 자임하며 자신보다 어린 세대에게는 귀 기울이고 조언해 주고, 윗세대의 지혜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이상적입니다. 이는 곧 ‘노력을 통해 계속 젊게 진화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피터팬처럼 철없기만 한 어른과는 구별되는 진정한 의미의 영 포티일 것입니다.
젊음은 남과 경쟁해서 쟁취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가짐으로 가꾸는 것입니다. 40대가 돼서도 끊임없이 배우고 타인과 소통하며 사회 변화에 공감하려 노력한다면, 비록 머리에는 흰머리가 좀 나더라도 그들은 분명 청춘의 한 부분을 간직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더 이상 영포티라는 호칭도 굳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냥 나이에 관계없이 한 사람의 ‘젊은 마음’으로 존중받으면 되니까요.
흥미로운 점은, 지금 20~30대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젊은 중년’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세대란 고정된 집단이 아니라 결국 돌고 도는 것이기에, 서로를 조롱하기보다는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중년 세대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감수성을 존중하고, 젊은 세대 역시 나이 들어가는 선배들의 노력과 경험을 존중하면서 함께 소통할 때, 영포티를 둘러싼 갈등과 오해도 차츰 해소될 것입니다.
결국 진짜 젊음은 자신의 나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호기심과 배움을 멈추지 않는 태도에 있습니다. 영포티 세대 역시 겉모습으로만 젊음을 쫓기보다 이러한 내적인 젊음을 추구할 때, 비로소 세대 간의 간극도 좁아지고 본인들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