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맥 뜻 | 전주 가맥축제 | 을지로 가맥 | 가맥과 어울리는 음식조합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주의 독특한 술 문화인 “가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가맥이란 낮에는 동네 가게로 운영되다가 밤이 되면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파는 특별한 형태의 술 문화를 말하는데요. 전라북도 전주에서 시작된 가맥 문화는 이제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서울 을지로 등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맥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뜻, 전주에서 열리는 가맥축제의 역사와 행사 구성, 서울 을지로 가맥 문화의 분위기와 인기 있는 가맥집, 가맥 문화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확산 배경,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가맥과 어울리는 음식 조합과 맛집 추천까지 폭넓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라며, 한국의 색다른 술 문화 여행을 함께 떠나보시죠.
가맥 뜻
먼저 “가맥”이라는 말의 뜻부터 살펴볼까요?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줄임말입니다. 말 그대로 가게(슈퍼마켓)에서 파는 맥주라는 의미인데요. 이 독특한 문화는 1980년대 전주에서 처음 등장하여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평범한 동네 슈퍼나 구멍가게로 장사를 하다가, 밤이 되면 가게 앞에 작은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를 내놓고 병맥주와 마른안주를 판매한 것이 가맥 문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길거리 포장마차와는 또 다른 형태로, 동네 가게에서 간단히 한잔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도 매력적이었죠.
가맥 문화의 탄생 배경에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한몫했습니다. 값비싼 술집 대신 저렴한 가격에 맥주 한 병과 안주 한두 가지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전주에서 가맥 문화가 퍼지던 시절, 병맥주 한 병을 몇 천 원에 살 수 있었고, 안주도 마른오징어나 땅콩처럼 단돈 몇 천 원짜리가 대부분이어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었습니다. 회사원, 대학생부터 동네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가 모두 퇴근길이나 저녁 산책길에 가볍게 들러 목을 축일 수 있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가맥”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앞서 설명드린 대로 가맥은 가게 맥주의 준말인데요. 한편으로는 슈퍼에서 파는 맥주가 식당에서 취급하는 업소용 맥주가 아니라 가정용 맥주였기 때문에, “가정용 맥주”를 줄여서 가맥이라고 불렀다는 현지 설도 있습니다. 가정용 맥주를 손님들에게 팔고 또 안주까지 내주니, 어느새 사람들 입에서 “가맥집”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갔다고 해요. 공식적인 용어라기보다는 전주 지역 주민들의 구수한 입담에서 비롯된 별칭이었던 셈입니다.
전주의 가맥 문화는 이렇게 작은 골목 슈퍼들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했지만, 그 인기는 나날이 커져갔습니다. 한여름 밤이면 전주 시내 골목골목마다 가맥을 하는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갔고, 저렴한 맥주 값과 푸짐한 인심 덕분에 멀리서도 이색 문화를 체험하러 손님들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전주의 경원동에서는 “경원슈퍼”라는 가게가 전주 최초의 가맥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 경원슈퍼에서는 맥주를 시키면 서비스로 매콤한 닭발 튀김을 내주었는데, 이 집이 전주 가맥의 효시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후 경원슈퍼가 어떤 이유로 문을 닫게 되었지만, 근처의 “전일슈퍼”(현재 상호: 전일갑오)가 바통을 이어받아 전주의 대표 가맥집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동네에서 시작된 작은 가맥집 하나가 전주의 상징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전주 가맥축제의 역사와 행사 구성
전주 시민들의 자부심인 가맥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함께 즐기기 위해, 2015년에 처음으로 “전주 가맥축제”가 개최되었습니다. 지역의 가맥 문화를 한데 모아 축제로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로 민간 주도의 가맥축제 조직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마침내 첫 축제의 막이 오른 것이죠. 한국에는 다양한 맥주 축제들이 있지만, 동네 가맥집들이 직접 참여하고 “오늘 만든 맥주를 오늘 마실 수 있는” 신선한 맥주를 내세운 축제는 전주 가맥축제가 유일합니다. 시작 당시에는 전주의 한국전통문화전당 야외마당 등 비교적 아담한 공간에서 열렸으나, 해를 거듭하며 참가 인파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전주종합경기장 주차장이나 야구장 부지 등 넓은 장소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전주 가맥축제는 매년 여름(주로 8월경)에 열리며, 이제는 전북을 대표하는 대형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에는 전주의 이름난 가맥집들이 한곳에 모여 각 가게를 대표하는 안주 메뉴를 선보이고, 맥주 회사인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당일 생산된 신선한 생맥주를 공급합니다. 평소 가맥집을 찾아다니기 어려웠던 관광객들도 축제에 오면 한자리에서 수십 곳의 가맥 안주를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입니다. 축제장은 커다란 아이스 박스에 맥주병을 가득 채운 “맥주 연못”, 군침 돌게 하는 안주 굽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부스들, 그리고 시원한 맥주에 취해 흥겨운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행사 구성도 해마다 알차게 꾸며지고 있습니다. 메인 무대에서는 지역 음악공연, 밴드와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가 펼쳐지고, 중간중간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됩니다. 최근 축제에서는 드론 쇼를 펼쳐 밤하늘에 화려한 불빛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고, 가맥축제 10주년을 맞은 해에는 축제의 역사와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미디어아트 영상이 특별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축제가 발전하면서 편의시설과 환경에 대한 신경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때 축제 기간에 쓰이는 일회용 컵과 접시가 어마어마한 양이라 지적이 나오자, 최근에는 다회용 컵과 재사용 접시를 도입하여 친환경 축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작은 변화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노력하는 모습 역시 전주 가맥축제가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축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기록을 말씀드리면, 한 해는 하루 입장을 2만 명으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만석을 이뤄 이틀간 4만여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최근 열린 행사에서는 3일 동안 약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고, 맥주도 수만 병이 팔렸다고 하니 전주의 여름밤을 책임지는 빅 이벤트라 할 만하지요. 참여하는 가맥집도 처음엔 열몇 곳에 불과했지만 점점 늘어나서, 전일갑오, 슬기네가맥, 달팽이슈퍼 등 전주의 유명 가맥집 20~30여 곳이 저마다 부스를 차리고 특색 있는 안주를 선보입니다. 황태구이를 비롯한 인기 메뉴들은 금세 동나기 때문에 부지런히 줄을 서야 맛볼 수 있고, 일부 인기 부스 앞에는 긴 웨이팅 줄이 생기는 진풍경도 연출됩니다. 이렇게 전주 가맥축제는 지역 고유의 술 문화를 축제 콘텐츠로 승화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전주의 정취와 인심을 만끽할 수 있으니, 전국 각지의 애주가들과 여행객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가 된 것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을지로 가맥의 현재 분위기와 인기 가게
전주에서 시작된 가맥 문화의 불씨는 서울의 복고 열풍과 맞물려 을지로에서도 활짝 피어났습니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뉴트로”, 즉 새로운 복고 문화가 유행하면서, 옛날 감성을 간직한 을지로의 골목 가게들이 주목받게 되었는데요. 특히 을지로3가와 을지로4가 일대의 인쇄소 골목에는 예전부터 허름한 간판을 단 “○○식품”이나 “○○슈퍼” 같은 가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원래 낮에는 잡화나 식료품을 팔던 가게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밤이 되면 가게 앞에 플라스틱 테이블을 깔고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내놓기 시작했죠. 마치 전주의 가맥 문화를 옮겨온 듯한 이 모습이 입소문을 타면서, 을지로 골목은 퇴근 후 한잔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공간을 가리켜 정겹게 “을지로 가맥” 또는 “을지로 야장”(노상 야외 좌석이 있는 술자리)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을지로 가맥집들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시간 여행’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세련된 바(bar)와는 거리가 멀고, 허름한 간판과 낡은 나무 의자, 그리고 가게 벽면 가득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천장엔 오래된 선풍기가 덜덜 돌아가고, 선반에는 과자 봉지와 통조림, 라면 같은 잡다한 식료품들이 진열되어 있지요. 손님들은 가게 안 냉장고에서 스스로 맥주병을 꺼내고, 계산대 앞에 놓인 바구니에 맥주 병뚜껑을 담아 나중에 정산합니다. 가게 주인은 주문받은 안주를 작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만들어 내오고, 손님들은 골목길에 옹기종기 앉아 건물 벽에 등을 기대고 맥주잔을 기울입니다. 좁은 골목에 퍼지는 지글지글 부침개 굽는 소리, 옆 테이블에서 왁자지껄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한 켠에서 흘러나오는 옛 가요…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을지로 가맥만의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잠시 과거 속으로 들어간 듯한 추억과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을지로 가맥집 중에서도 특별히 인기 있는 몇 곳을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자타공인 “을지로 가맥의 성지”로 불리는 진아식품
이 있습니다. 인쇄소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진아식품은 입소문을 타고 젊은 손님들뿐 아니라 각종 미디어에도 여러 번 등장한 곳입니다. 겉보기에는 낡은 구멍가게이지만 저녁이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죠. 이 집에서는 햄부침(통조림 햄을 계란 옷 입혀 부친 요리)이나 오뎅탕, 그리고 삼겹살 구이까지 다양한 안주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어 가성비 최고라는 평을 듣습니다. 을지로 골목 특유의 노포(老鋪) 감성을 만끽하며 한잔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보니, 평일 밤에도 늦게까지 진아식품 앞 골목에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백만불식품
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곳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등장하여 유명세를 탄 가맥집인데요. 방송에서 유재석 씨(유본부장)와 정준하 씨(정과장)가 들러서 맥주를 마신 후 화제가 되었습니다. 백만불식품은 원래도 을지로 일대 직장인들의 단골 노포였는데, 방송 이후 젊은 층 관광객들까지 몰리며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대표 안주는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로, 일명 “예술인 돼지갈비”라 불릴 만큼 불향이 진하고 달콤매콤한 맛이 일품입니다. 고추장찌개 같은 식사 메뉴도 있어 저녁 겸 술자리로 적합하고, 무엇보다 옛 다방을 연상케 하는 실내 분위기가 아주 정겹습니다.
을지로4가 쪽의 우리슈퍼
도 유명합니다. 규모는 자그마한 편이라 테이블 몇 개만 놓고 영업하지만, 겨울철에만 한정으로 판매하는 굴전(굴 부침개)과 굴무침이 별미여서 미식가들이 많이 찾습니다. 가게 한켠 진열장에는 각종 과자와 건어물이 놓여 있고, 손님들은 마음대로 꺼내 안주로 먹을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골뱅이무침, 김치찌개, 라면 등 일반 음식점 못지않은 다양한 안주거리가 있어 “슈퍼라고 하기엔 메뉴 폭이 넓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좁지만 아늑한 분위기 덕분에 혼술을 즐기는 이들도 종종 보이는 곳입니다.
또 다른 추천 장소는 종로3가역 인근의 서울식품
입니다. 이름에 “서울”이 들어가지만 분위기는 전형적인 을지로 가맥집 느낌입니다. 특이하게 이곳은 2층 규모인데, 1층은 실제 슈퍼마켓 코너가 있고 2층이 술자리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메뉴 가격대가 호박전 5,500원, 골뱅이무침 14,000원 정도로 매우 합리적이고, 안주 종류도 전, 볶음, 탕 등 옛날 술집에서 보던 것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연령불문 모두가 만족하는 곳이에요. 어르신들에겐 젊은 시절의 추억을, 젊은 층에겐 신선한 레트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라 늘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을지로에서 야장 분위기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혜성슈퍼
를 추천합니다. 이 가맥집은 종로5가역 부근에 위치해 있는데, 가게 내부는 소박하지만 가게 뒤편으로 작은 마당이 있어 숨은 뒷마당 술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바람이 선선한 저녁이면 이 뒷마당 자리가 금세 만석이 될 만큼 인기인데요. 대표 안주는 스팸구이와 짜파구리입니다. 스팸을 노릇하게 구워내어 옛날 소시지 부침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라면과 우동면을 섞은 짜파구리는 편안하면서도 별미로 꼽힙니다. 메뉴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정겨운 야장에 앉아 가벼운 소주나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 직장인들의 단골 코스로 손꼽히죠.
이렇듯 을지로를 중심으로 한 서울의 가맥 문화는 전주의 가맥 정서를 도시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낡은 상권이었던 을지로가 젊은 세대의 인기 있는 술 문화 거리로 부상한 데에는 가맥 문화의 기여가 컸습니다. 요즘은 을지로뿐만 아니라 서울의 다른 지역, 이를테면 영등포 문래동의 태양슈퍼 같은 곳이나, 성북구나 종로구의 몇몇 구석진 골목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동네 슈퍼 야장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가맥이 하나의 유행이 되자, 가게 이름에 아예 “가맥”을 붙여 홍보하는 술집도 생겨났고, 소박한 동네 술 문화의 매력이 널리 확산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맥 문화의 사회적 의미와 확산 배경
가맥 문화가 단순히 값싼 술자리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그 속에 한국 서민 생활의 한 단면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전주의 골목 슈퍼에서 시작된 가맥은 어렵던 시절 서로의 고단함을 달래주던 공동체 문화였습니다.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아도 동네 가게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맥주잔을 부딪치며 하루를 마무리하던 모습은, 그 자체로 이웃 간의 정과 서로를 보듬는 연대감을 보여주었지요. 가맥집에서는 신분이나 직함도 크게 상관없었습니다. 회사원, 학생, 택시기사, 장사하시는 분, 심지어 근처 주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한데 어울려 “이웃 사촌”처럼 대화를 나누곤 했습니다. 어디에서 왔든 누구와 함께 있든, 맥주 한 병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손님일 뿐이니까요. 이런 서민적이고 평등한 분위기가 가맥 문화의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또한 가맥 문화는 자영업 소상인들의 생활상과도 밀접합니다. 슈퍼마켓이나 구멍가게를 운영하던 분들이 낮에는 생필품을 팔고, 밤에는 적은 자본으로 술장사를 겸하며 생계를 꾸려나간 지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가맥집이 급증하자 세무 당국에서는 “슈퍼에서 사실상 술집 영업을 하는 것이니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합법적인 식당 허가 없이 조리 안주를 제공하는 문제도 제기되었고요.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맥이 전주의 고유한 문화로 정착한 만큼, 지나친 단속이나 세금 부과는 서민 문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논쟁은 가맥 문화가 단순한 음주 행위를 넘어 지역 경제와 생활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많은 기존 가맥집들이 일반 음식점으로 정식 허가를 받고 위생 기준을 갖추는 방향으로 변화를 모색하며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맥 문화의 확산 배경에는 시대의 흐름도 한몫했습니다. 2010년대 후반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과거의 유행과 감성을 새롭게 즐기는 복고 열풍(뉴트로)이 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주 가맥 같은 오래된 지역 문화를 젊은 세대가 흥미롭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지요. TV 방송,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앞다투어 전주의 가맥집 탐방기나 을지로 가맥 소개 영상 등을 다루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전주 여행 시 한옥마을만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저녁에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가맥집 투어를 하기도 하고, 서울에 사는 직장인들은 강남이나 홍대의 세련된 바 대신 일부러 을지로나 종로 뒷골목의 가맥집을 찾아가 색다른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렇듯 가맥 문화는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트렌드가 만나는 교차로에 서 있습니다. 70~80년대의 거리 풍경과 인심을 간직하면서도, 지금의 젊은층에게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되는 것이죠. 사회적으로 보자면, 가맥은 거창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소소한 문화의 힘을 보여줍니다. 또한 도시 재생이나 지역 관광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낡은 골목의 가맥집들은 그 자체로 문화유산 같은 가치를 지니며, 이를 활용해 지역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예컨대 전주시는 가맥축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 브랜드를 강화했고, 서울 을지로 지역은 가맥 문화를 통해 젊은 층 유입과 상권 부흥을 이뤄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영향 덕분에 가맥 문화는 단순한 술자리 이상의 사회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맥과 어울리는 음식 조합과 맛집 추천
이제 가맥을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안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맥주를 마시는 자리인 만큼, 어떤 안주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그 즐거움은 배가되겠지요. 가맥집의 안주는 크게 두 가지 매력이 있습니다. 하나는 저렴하지만 맛있는 “마른안주”들이고, 다른 하나는 각 가맥집만의 독특한 손맛이 담긴 간단한 요리 안주입니다.
전주 가맥집의 대표 안주 1순위는 단연 황태구이입니다. 잘 말린 황태를 연탄불이나 숯불에 살짝 구워내면 표면은 노릇노릇하고 속살은 부드러워지는데요. 이를 먹기 좋게 결대로 찢어서 특제 간장 양념장에 푹 찍어 먹으면 맥주 안주로 그만입니다. 이 양념장은 일명 “마약 소스”라고 불릴 만큼 중독적인 맛을 냅니다. 간장에 고춧가루와 설탕, 다진 청양고추, 들깨가루 등을 넣어 매콤달콤짭짤한 맛을 내는데, 황태의 담백함과 어우러져 계속 손이 가는 마법을 부리지요. 전주의 유명 가맥집들은 각자 비법 소스를 갖고 있어서, 황태 하나를 먹어도 집집마다 미묘하게 다른 맛을 느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 앞서 소개한 전일갑오에서는 강원도 산지에서 공수한 질 좋은 황태만 사용하고, 즉석에서 연탄불에 구워내어 손님상에 올리기 때문에 그 풍미가 일품입니다. 황태구이는 특유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 덕분에 시원한 라거 맥주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다음으로 많이 찾는 안주는 마른 오징어류입니다. 갑오징어 구이도 전주 가맥집의 인기 메뉴죠. 통통한 갑오징어를 불에 살짝 구워내면 쫄깃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살아나는데, 역시 매콤한 양념 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참고로 전일갑오의 상호에 들어간 “갑오”도 바로 이 갑오징어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갑오징어는 계절이나 크기에 따라 수급이 달라서 매일 준비되는 양이 한정적이라, 운이 좋아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안주이기도 합니다. 그밖에 한치, 쥐포, 노가리(반건조 명태 새끼) 같은 다양한 말린 해산물 안주도 사랑받습니다. 불에 구워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고소한 향이 맥주와 잘 어울릴뿐더러, 천천히 오래 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가맥집에서는 이런 마른안주를 시키면 가위와 집게를 함께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손으로 찢어가며 먹어야 제맛이라는 풍류를 알기 때문이죠. 손으로 찢어 결 따라 뜯는 황태 한 조각을 맥주 한 모금으로 넘길 때의 조화는 드셔본 분이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만한 최고의 맛입니다.
전주의 가맥집마다 조금씩 색다른 시그니처 안주도 있습니다. 예컨대 전북대학교 앞 슬기네 가맥에서는 참치전이 유명합니다. 참치전은 참치캔과 다진 햄, 잘게 썬 각종 채소, 밥 등을 섞어 반죽한 다음 노릇하게 부쳐낸 음식인데요. 둥글납작하게 부친 전을 한입 베어물면 햄과 참치의 짭조름한 감칠맛, 야채의 식감이 어우러져 맥주를 부르는 맛입니다. 특히 슬기네의 참치전은 두께가 두툼하고 푸짐해서 든든한 안주로 제격이고, 함께 나오는 특제 양념장에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가 느끼함 없이 개운합니다. 학생들이 많은 동네답게 포만감도 챙기고 맛도 좋은 메뉴라 “전북대생의 최애 안주”로 손꼽히죠. 이외에도 슬기네 같은 대학가 가맥집에서는 햄전(스팸 부침), 떡볶이, 치즈라면 등 젊은 입맛에 맞는 안주들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달팽이슈퍼에서는 황태구이와 더불어 직접 끓인 술국이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술국은 황태 머리, 콩나물, 두부, 수제비 등을 넣고 칼칼하게 끓인 국물 요리인데, 얼큰하고 시원해서 술안주 겸 속풀이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집의 특선 메뉴 중 하나인 “촉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촉태란 황태포에 약간의 수분을 더해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것으로, 촉촉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보통의 바싹 마른 황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어떤 단골들은 촉태를 반쯤 먹다가 남은 것을 다시 구워달라고 부탁해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한 이색 식감으로 즐기기도 합니다. 여기에 달팽이슈퍼만의 은은한 간장의 특제 소스를 찍어 먹으면 그 조화가 훌륭합니다. 이렇게 한 가맥집만의 독특한 안주와 서비스는 손님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고, 다른 집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되곤 합니다.
서울의 가맥집들도 저마다 개성 있는 안주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진아식품의 햄부침, 백만불식품의 돼지갈비구이, 우리슈퍼의 겨울철 굴요리, 혜성슈퍼의 스팸구이와 짜파구리 등은 이미 많은 미식가들의 입소문을 탄 명물 안주들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가맥집에서는 기본 안주로 뻥튀기, 과자, 땅콩 등을 서비스로 조금씩 내놓는데, 이런 소박한 안주거리 역시 어릴 적 동네 구멍가게에서 먹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웃음을 짓게 합니다. 맥주 한 병 시켜두고 무료로 내어주는 뻥튀기를 와작와작 씹으며 시간도 안주 삼아 보내는 정취가 바로 가맥집의 매력이지요.
자,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 어디로 가서 가맥을 즐겨볼까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전주에서 가맥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단연 전일갑오(전일슈퍼)를 추천합니다. 전주의 가맥 원조 격인 집으로, 한옥마을에서도 가까워 여행 코스에 넣기 좋습니다. 다만 늘 인기가 많아 대기가 있을 수 있으니 저녁 일찍 가보시고요. 대학가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전주 슬기네 가맥도 가볼 만합니다. 학생들과 어울려 왁자지껄하게 맥주잔을 기울이며 참치전을 맛보는 경험은 색다를 거예요. 전주 시내 객사거리 근처의 달팽이슈퍼 역시 넓은 공간과 다양한 연령층 손님들로 북적여서 활기찬 분위기를 원한다면 좋은 선택입니다. 이밖에 임실슈퍼 가맥, 영동골뱅이 등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숨은 보석 같은 가맥집들도 많으니, 여유가 된다면 여러 군데 둘러보며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서울에서는 단연 을지로 가맥 투어를 권합니다. 을지로3가역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진아식품, 백만불식품, 모아식품, 만선호프 등 가맥 분위기의 술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저녁 시간대에는 많은 직장인과 관광객들이 몰리니, 기다림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현장 분위기가 흥겹습니다. 색다른 경험을 원하신다면 영등포 문래동의 태양슈퍼도 들러보세요. 4인용 테이블 두어 개 규모의 아주 작은 가맥집이지만, 해물파전과 라면을 팔기로 유명하고 유튜버들이 많이 다녀가서 알려진 곳입니다. 서울 도심 외곽에서 가맥 문화를 느껴보고 싶다면 종로5가 혜성슈퍼나 충무로 이가네식품 등도 후보가 됩니다. 이렇듯 서울에서도 곳곳에 자리잡은 가맥집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메뉴를 자랑하니, 하나씩 탐방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입니다.
정리
지금까지 전주의 가맥 문화를 중심으로 가맥의 유래와 의미, 축제와 현재의 인기 장소, 그리고 맛깔나는 안주 이야기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작은 동네 슈퍼에서 시작된 가맥은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어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값비싸고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서민들의 삶의 향기가 묻어있는 정겨운 술자리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전주에서는 이 문화를 자랑스러워하며 축제로 발전시켰고,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의 사람들도 그 매력에 빠져들어 가맥 열풍을 이어가고 있지요.
가맥 문화가 주는 교훈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동네 가게 앞 평상에 둘러앉아도 진심 어린 대화와 웃음,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아닐까요. 현대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화려한 자극이 넘쳐나도, 가맥집의 낡은 간판 아래에서는 누구나 소박하고 따뜻한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행 삼아 전주에 가신다면 한 번쯤 가맥집에 들러 지역민들의 삶 속에 섞여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또 서울의 복잡한 일상에 지치실 때, 을지로의 가맥집 골목에서 옛 추억의 향취를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전주의 가맥은 오늘도 누군가에겐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힐링의 공간으로, 누군가에겐 신나는 문화 체험의 무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맥주잔을 부딪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른안주를 곁들여 웃음꽃 피우는 모습 속에 공동체의 온기가 살아 숨쉽니다. 이렇듯 가맥 문화는 단순한 음주 문화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연결고리로서 의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세월이 흘러 변화가 있겠지만, 가맥 특유의 훈훈한 정서와 맛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전해지리라 믿습니다. 긴 글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시원한 가맥 한잔 즐기며 오늘 이야기를 떠올려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